2. 마음과 몸, 진짜 나는 누구인가?- 두개의 DNA가 말해주는 인간 이야기

현재 보고 계시는 "나머지 생각들" 폴더는 제 생각들을 두서없이 나열하는 공간입니다.
그냥 즐겁게 읽어내려가시면 됩니다. 정보를 남기려는 것도 설득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멍하니 앉아서 떨어지는 잎을 보며
누군가가 생각했을 법한 그런 제 머리속의 공상들이자 생각의 메아리들 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이거 뭐지?" 하고 살짝 들여다보는 취향저격 공간이자 안식처가 되길 바래봅니다.


당신이 오늘 느끼는 무기력은 마음 때문일까, 몸 때문일까?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고통에 노출됩니다.
신체적으로도 마찬가지이고, 정신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체적인 상처나 고통은 통증과 검사를 통하여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신적인 상처와 고통은 그 내면에서 괴롭고 슬플 뿐 누구도 알아주지 못합니다.

우리 모두는 언제나 조금씩 괴롭고 슬프기는 하지만 남들과 비교할 수가 없기에 내 정신적인 괴로움은 나 아니면 누구도 알아주지 못합니다.

신체가 기능을 하지 못하면 죽음에 이릅니다.
마음이 기능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마음이 기능하지 못하면 무의미해보이는 삶의 종료버튼을 자꾸 누르고 싶게 됩니다.

마음이 온전하지 못하면 신체를 잘못활용하게 되고,
이윽고 신체가 잘못되면 마음대로 되질 않아 마음이 온전치 못하게 됩니다.

태어나 보니 정해진 신체가 있고,
태어나 보니 정해진 성격과 마음이 있습니다.

몸이 죽으면 마음도 죽고,
마음이 죽으면 몸도 죽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마음으로서 존재할까요? 몸으로서 존재할까요?
무엇이 먼저일까요?

오늘 나눌 이야기는 그저 뻘소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모두 읽고나면 저와 여러분이 느낀 무기력과 불안 그리고 우울의 원인을 조금은 다르게 바라볼 수 있을 지도 있지 않을까합니다.

게놈 프로젝트 - 과연 DNA는 인간 몸의 모든 것을 말해 줄 수 있을까?

1990년 경제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전세계가 안정적이고 번영하던 시기 서구문명의 중심이 되고 있던 과학자들은 자신감에 넘쳐났고, 곧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제들을 다가오는 21세기가 시작하기전 끝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 젖어있었습니다.

그 자신감 중 하나가 바로 인간의 DNA 염기서열을 모두 분석하여 인간의 설계도를 파악하여 질병, 노화로 부터의 완전한 해방이 가능하리라는 꿈에 부풀어있었죠.

그도 그럴 것이 그 작디작은 세포안에 있는 세포핵 그리고 그 세포핵에 꼬여있는 분자다발의 모든 정보를 분석하고 정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게 된 것 자체가 너무나 큰 기술적 도약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어린아이들도 DNA가 2중으로 꼬인 나선형태를 갖고 있는 것을 알지만 수십년 전만해도 DNA의 형태조차 알 수 없었던 것에 비하면 진정으로 큰 기술적 도약은 확실합니다.

이제는 DNA가 이중 나선 구조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드물다.
nature

그래서 더 자신감에 넘쳤고 앞으로 있을 고난과 미지의 문제들을 알수 없었기에 가능했던 무지에서 온 자신감이었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오래걸리지 않았죠.

게놈(Genome)은 유전자(Gene)과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용어로 이전에 효모나 선충류 등 다른 종들의 게놈을 분석한 사례가 있었지만 "우리"의 유전정보를 밝혀낼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HGP)는 최초였고 거대한 프로젝트였기에 모두가 관심을 보였던 사건이었습니다.

13년간 지속된 프로젝트 끝에 드디어 2003년 과학자들은 무려 32억개의 염기서열을 모두 측정하는데 성공했고, 그 후 후속 연구로 수많은 유전적 정보들의 연관성을 분석하여 DNA가 어떤 유전자로 형성되어 있는지, 이 무질서해보이는 DNA의 순서가 유전자로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매우 심도있게 연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DNA는 Adenine(아데닌), Thymine(티민), Cytosine(사이토신), Guanin(구아닌)이라 불리는 4개의 코드로 이루어져 있는 코드입니다.

위 단어 APPLE는 A, P, P, L, E라는 5개의 알파벳으로 이우러져 있고, 이 다섯개가 동일한 순서로 배열되어 있어야만 사과를 뜻하는 APPLE가 됩니다. 알파벳은 DNA이고 APPLE 단어는 유전자가 되는 개념인 것이죠.

그에 반해서 우리 DNA는 A,T,C,G 4개로 이루어진 정보 코드로 이루어진 정보 덩어리이고 이 DNA의 특정 배열이 의미를 갖는 유전정보면 그 단위를 유전자라고 합니다.

그래서 게놈 프로젝트는 의미없이 배열되어 있는 것 같았던 DNA가 어떤 의미의 정보단위로 배열되어 있는지를 분석하는 프로젝트였기에 우리는 모든 질병을 유전자 단위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된 것 입니다.

DNA는 단지 "몸"의 설계도였다.

인간의 설계도는 이미 우리 몸속에 언제나 존재했지만,
이를 우리가 이해할 수는 없었기에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어낸 인간 역설계도가 탄생한 것이죠.

이로서 밝혀진 수많은 유전병들이 세상에 드러나게 됩니다.

낭포성 섬유증은 CFTR이라는 유전자가 관여하여 폐와 소화기관의 점액을 끈적하게 만들고,
색맹은 OPN1LW 유전자가 관여해서 적색과 녹색을 잘 구분하지 못하게 만들며,
유전성 유방암은 BRCA1, 2 유전자가 관여하여 유방암과 난소암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안젤리나 졸리는 대표적인 BRCA1 유전자로 인한 유방절제술을 한 유명인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유전질병들이 밝혀졌습니다.

문제는 게놈으로 밝혀낸 수많은 질병들은 "몸"에 관한 유전병들이었습니다.

분명하게 정신적인 질병이라 불리는 병들도 부모에게 유전된다는 확실한 증거들이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정신질환도 특정 유전자가 원인일까?' 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습니다.
정신적인 질병들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서 어떤 유전자에서 유래되는 질병인지 밝혀낼 수 있다고 믿었지만, 실제로는 달랐습니다.

단일 유전자로 발생하는 정신병은 단한개도 존재 하지 않았으며,
여러 유전자가 관여하는 것으로 보이는 질병현상들만이 존재했습니다.

예를 들어, 조현병(망상, 환각 등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병)이나 자폐스펙트럼(사회성이 떨어지는 너무나 다양한 정신과적 문제)은 여러 유전자들이 관여하고 환경과 특정 발현 트리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유전병이라고 결론내리기가 난해한 병들이었죠.

즉, 특정 유전자 때문에 그 부분의 신체가 약하면 이러한 정신병증을 좀 더 유발할 확률은 높아지지만 이 병을 유전자가 유발한다고 보기는 어려웠던 겁니다.

그런데 이 정신과적 문제들과 우리가 흔히 무조건 몸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도 가족력이 영향을 주는 병들임에도 특정 유전자로 이 문제들을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즉, 우리 몸의 DNA가 이루는 유전정보들은 모두 "신체"에 관한 설계도였던 겁니다.

그렇다면 정신적인 문제는 신체를 결정하는 유전자 외의 다른 생물학적 요소에서 기인하는 걸까요?

게놈 프로젝트로는 알 수 없었던 정신의 비밀, 또 하나의 DNA

위에서 말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우리 세포 안에 존재하는 DNA를 핵 DNA라고 부릅니다.
우리 세포핵속에 있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죠.

과거 학교에서 생물을 조금 공부했던 기억이 있으신 분들은 기억하실 겁니다.

'미토콘드리아' 라는 존재를 말입니다.

그저 세포의 구조에서 언급되는 세포소기관 중 하나인 미토콘드리아

잘 기억은 안나지만 ATP라고 하는 에너지원을 만드는 세포 소기관이라고 부르던 것이 기억나실 겁니다.
저도 생물2까지 공부하면서 그냥 우리 세포에서 에너지를 공급하던 기관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미토콘드리아는 우리몸에 유일하게 다른 DNA를 가진 전혀 다른 기관입니다.
분명 우리의 세포속에 존재하는 기관인데, 우리 DNA와 다른 DNA를 갖고 있는 이상한 기관.

이질적인 DNA를 가진 존재는 모두 잡아먹고 분해하는 백혈구들과 몸의 면역체계가 반응하지 않는 유일한 존재.

이 미토콘드리아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진핵생명체들에 존재하는 세포소기관입니다.
진핵생물이라고 하면 균, 식물, 원생생물, 동물 등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생물들을 말합니다.

즉, 수십억년 전 식물과 동물이 분화되기도 전에 미토콘드리아는 우리의 최초 조상세포가 포식했지만 소화되지않고 어쩌다 보니 공생하게된 전혀 다른 DNA를 가진 생명체였던 것이죠.

미토콘드리아의 조상은 에너지를 만드는데 특화되어 있었으나 너무나 약한 생명체였고,
진핵생물의 조상은 잠깐의 삶을 이어가려해도 계속 해서 에너지를 흡수해야하는 비효율적인 생명체였죠.

이 둘이 공생을 시작하면서 미토콘드리아는 진핵생물의 조상으로부터 보호를 받게 되었고 그 대가로 에너지를 생성했으며, 진핵생물의 조상은 세포 내부에서 생성되는 에너지로 더 다양하고 복잡한 생명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된 것 입니다.

그러니까 미토콘드리아가 없었다면, 우리 조상 세포는 지금의 우리처럼 이렇게 거대하고 복잡하고 정교하게 움직이는 다양한 기관을 가진 생명체로 진화할 수조차 없었던 것이죠.

이 미토콘트리아에 존재하는 DNA라고 해서 mtDNA라 부르고, 우리 신체의 DNA를 핵 DNA라고 구분해서 말합니다.

정신질환과 마음은 왜 게놈과 유전으로 설명이 어려울까?

미토콘드리아는 비록 진핵생물에게 흡수되었지만 자신이 원하는대로 진핵생물과 동화되었습니다. 세포안에서 온갖 일을 도맡아하면서 이미 진핵생물의 일부분이 되었고 세포 내부에서 훨씬 더 정교한 과정들을 수행하게 되었죠.

마치 튼튼한 자동차가 있고 이 자동차를 움직이는 주체는 사람인 것처럼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모든 대사과정을 결정하고 통제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으면 세포는 정지되며,
미토콘드리아가 세포의 모든 대사과정(에너지를 주고받고, 노폐물을 배출하고, 좀비세포를 자살하게 만드는 등)을 결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위에서 알아본 당뇨, 고혈압, 고지질혈증 등 우리 몸에서 정상적으로 에너지나 영양소가 흘러가야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생기는 질병을 대사증후군들이라 합니다.

자, 신체의 대사를 어떤 것이 결정한다고 했죠?
바로 미토콘드리아입니다.

신경 다발인 시냅스에서의 모든 신경전달물질, 대사에도 미토콘드리아는 핵심적이다.
doopedia.co.kr

미토콘드리아가 제 기능을 못하거나 파업상태에 이르면 우리 몸의 대사는 원할하지 못하고 대사증후군에 걸려버립니다. 이 과정도 신체가 기능저하가 되어 미토콘드리아가 비활성화 되었는지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저하되어 신체 기능이 저하되었는지 그 인과관계를 밝히기가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맞물려있습니다.

우리의 뇌도 물론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뇌세포 안에도 미토콘드리아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활발하게 신경물질을 통제하고 뇌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며 뇌 대사가 잘 이루어지도록 통제하고 있습니다.

뇌에서 생성되는 신경물질들과 호르몬 그리고 신경펌프들을 조절하는 것은 모두 미토콘드리아이므로 우리의 마음은 미토콘드리아가 결정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닌 것 입니다.

그런데 뇌에서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저하로 인한 뇌 대사 증후군이 발생하면?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당뇨, 고혈압, 비만 등 대사증후군은 너무나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하며,
정신적인 문제와도 매우 상관관계가 높습니다.

모두 대사과정이 원할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미트콘드리아는 엄마 쪽으로 유전되며,
정신적인 모든 신경, 화학 작용은 미토콘드리아가 관여하며,
신체는 이 미토콘드리아의 활성화에 따라서 활성화 여부가 결정된다면.

우리의 주인은 몸일까요?
마음을 결정하는 "미토콘드리아"일까요?

‘내가 스스로 움직인다고 믿는 몸은, 실제로 누가 조종하고 있는 걸까?’ 이런 생각 해보신 적 있나요?
어쩌면 우리의 몸은 미토콘드리아들이 의도하는 대로 움직이는 생체기계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물론 몸이 없으면 미토콘드리아도 존재하지 못하지만,
그 반대로 미토콘드리아가 없다면 우리 몸도 존재하지 못하고,
생각하지도 못하게 됩니다.

자동차가 존재해도 움직일 수 있는 운전자가 필요하며,
거대한 국가를 움직이는 주체도 모두 우리 인간들인 것처럼.
대의를 위해서라면 신체는 포기해버리는 이타심의 알수없는 정체들 처럼..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슨은 말했습니다.
"생물 진화의 주체는 유전자이며, 생물들은 모두 유전자의 자가복제 속에서 만들어진 기계적 존재이다"

그런데 이 관점을 미토콘드리아 쪽으로 조금만 바꿔보면 훨씬 더 명확하게 설명이됩니다.
미토콘드리아가 속삭이는대로 움직이는 몸이라는 껍데기를 움직이며 살아가고,
미토콘드리아가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건강한 신체,
미토콘드리아가 대를 이어가기 좋은 신체를 가진 배우자,
미토콘드리아가 더 널리 퍼질 수 있는 정돈된 사회.
몸이 마음을 지배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 모든 건 미토콘드리아가 조율한 연극일지도 모릅니다.

진짜 이기적 유전자의 주인공은
사실 "미토콘드리아" 였을수도 있지 않을까요?

"나?"
미토콘드리아


정답은 없습니다.
어떤 결론을 내리든지 즐거운 상상을 하는 그 시간에도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투자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공간이지만,
투자도 건강한 멘탈과 정신이 받쳐주어야 오래오래 즐겁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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