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7편에서 비트코인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전기, 컴퓨터, 네트워크라는 극히 높은 수준의 기술이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문명에서 비로소 탄생할 수 있기에 그 무엇보다도 기술적인 존재인 비트코인.
그러나 비트코인은 모든 블록체인을 기반으로한 코인 중 가장 먼저 등장했고 기술적 개선이 거의 없는 존재로서 나날히 발전되어 가는 기술의 측면에서 보면 이미 그 가치를 잃어버렸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철학적으로도 도박의 관점에서도 지속된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은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라는 점도 다루었습니다.
자, 그러면 비트코인은 대체 무엇일까요?
비트코인이라는 서로 다른 이름표
비트코인 비트코인 비트코인... 아직은 실생활에서 비트코인을 접하기는 어렵지만 인터넷을 이용하면 지금처럼 하락장이라서 모두의 관심이 없을 시기조차도 비트코인이라는 단어는 인터넷, SNS, 뉴스 등에서 심심찮게 만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이제 우리 시대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가짜, 도박, 탐욕의 상징으로 마음속에 깊게 자리잡았고,
누군가에게는 자본주의를 관통하는 진정한 자산의 상징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대다수에게는 그저 뉴스에서나 보는 자신과는 전혀 관련없는 현상일 뿐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비트코인이란 저 멀리 피를 튀기며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 시리아, 이스라엘에서 날라오는 우리와는 관계가 없어 보이는 뉴스들이나 재벌, 연예인들의 각종 이슈거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존재이죠.
그마저 관심있는 사람들에게조차 높은 변동성을 가진 투자수단일 뿐이고,
조금 더 깊게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도 막연한 사이클을 가진 투자수단입니다.
국가나 거대기업들이 바라보는 비트코인도 그들의 엄청난 자본을 흡수할 수 있는 거대 자산의 투자수단이죠.
나아가서 조금 더 비트코인을 이해하고 있다고 해도 결국은 현금의 인플레이션을 회피할 수단으로서의 투자수단입니다.
어쩌다 자신이 비트코인의 탈중앙화와 같이 비트코인이 가진 블록체인으로서의 가치 같은 철학적 이상향을 보고 투자한다고 포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철학적 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손을 얹고 비트코인의 가격이 상승하지 않는다면,
"오직 철학적 믿음만 가지고 비트코인 투자를 이어나갈 수 있느냐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입니다.
결국 모두에게 비트코인이라는 이름표는 허울을 다 벗겨내면 돈벌이 수단이라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점은 나카모토 사토시가 비트코인을 만들며 작성한 비트코인 백서에는 비트코인을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수단"임을 강조하거나 은유적으로라도 내비치는 대목이 단 한줄 수준이 아니라 단 한단어도 나오지 않습니다.
사토시는 애초에 비트코인이 가져올 기존 금융과의 차별성과 암호화를 앞세운 신뢰를 바탕으로 개선될 "소액 결제 시스템" 혁신을 주장했습니다.
천재의 의도를 감히 우리같은 범인들이 알 수는 없겠지만,
사토시의 마음속에서의 비트코인은 우리가 지금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관점인 거대 자산으로서의 인플레이션 헷징 기능 보다는 누구나 쉽고 편하고 투명하게 거래를 주고받는 네트워크 원장을 가진 이름 그대로 "동전"으로서 작동하기 바랬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키는 몇 kg 입니까?
그렇다면 설계자인 사토시뿐만아니라 그 후 개발자들도 대중들도 전문가들도 모두가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관점이 모두 다를텐데 그러면 어떤 가치관이냐에 따라 전혀 다른 시각을 갖게 되는 관점이 아니라 진짜 비트코인의 본질에 대해 이해해보려면 어떻게 접근해야할까요?
자, 익숙치 않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세상을 살면서 매우 중요한 개념 중 "단위"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키는 몇 kg 입니까?" 이 소제목이 전혀 불편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겠지만,
짜증이 날 정도로 불편한 사람도 있을겁니다.
키는 사람의 신체의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이고, kg(킬로그램)은 무게를 나타내는 단위이니 각각 길이와 무게를 나타내는 서로의 단위로는 표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단위는 공돌이에게는 토시하나 틀려서 시험점수를 날려먹게 하는 피곤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단위는 그 자체로 사물과 대상의 본질을 바라보게 하는 가장 좋은 기준이 됩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m(미터)는 길이의 단위입니다. 누가보아도 명확합니다.
뛰기싫어하는 사람에게
"100m 를 뛸래? 1000m 뛸래?"
라고 물어보면 답은 이미 정해져 있죠.
그렇다면 이렇게 질문해봅시다.
100미터를 뛰어갈 사람에게
"1m 물과 1kg 물 중에 무엇을 들고 뛸래?"
애초에 성립이 되지않는 질문이죠?
물이라는 존재는 단순히 "길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여러분의 머리속에서 이 질문이 해결할 수 없는 이상한 질문이 되고 맙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말하면 여러분은 글이나 말로 표현은 할 수 없어도 본능적으로 물이 어떤 모양을 하고 존재하는지에 대한 본질을 이미 잘 알고 있는 것 입니다.
물은 꼭 부피로 표현되어야 그 존재의 양을 표현할 수 있겠구나 라는 사실을 말이죠.
다시 질문해서
"1m3(1세제곱 미터)의 물과 1kg 물 중 무엇을 들고 뛸래?"
라고 질문을 받으면 아! 이제 질문이 되는구나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답이 중요한 질문은 아니었지만 이 질문을 보고 어느 쪽 물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세상을 숫자로 보는데 익숙하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그러면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인 비트코인을 단위의 개념에서 바라봐봅시다.
지금 비트코인을 단위로 표현 할 수 있는대로 머리속에 표현해봅시다.
과연 비트코인을 단위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이 있을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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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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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무리 생각해도 적어도 제 머리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단 한가지 밖에 없습니다.
그냥 일상적으로 표현하면 "비트코인 한개에 1억이야"
단위로 깔끔하게 표현하면 "1억원/ 1개 비트코인 (1억원 퍼 1비트코인)"
우리나라 사람들이 익숙한 표현은 "개당 1억"
즉 우리가 비트코인 가격이라고 일상적으로 말하는 "1억 혹은 곧 3억 갈 것"이라는 등의 표현은 모두
"1개 비트코인 당 얼마?"라는 표현이 생략된 것이죠.
애초에 비트코인은 이러한 가격 단위를 빼면 표현할 방법 자체가 없습니다.
이 가격이라는 단위는 돈의 양을 의미하는 단위이니 비트코인 자체를 돈 이외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것은
"비트코인의 본질이 돈 그 자체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겠구나" 하는 사실을 시사해줍니다.

물론 자동차도 1대당 4천만원, 초코파이도 1개당 1000원 식으로 돈으로 환산한 가격이라는 개념이 있지만 이들은 물질적인 것들로 가격이외에도 자동차와 초코파이의 무게 길이 등의 단위로 표현이 가능하지만
비트코인은 가격이 아니라면 그 어떤 단위로도 비트코인을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즉, 비트코인의 본질은 돈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아니, 사실 비트코인이 돈 그 자체일 수도 있겠죠.
주고받는 활용성 측면에서가 아니라,
비트코인을 이루고 있는 것 자체가 결국에는 돈이라는 참 이상한 결론이 나옵니다.
마치 강을 이용하여 수력발전도 하고 낚시도 하고 풍경을 즐기는 활용성을 갖지만,
강의 본질은 결국 물이라는 본질을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대상을 비트코인으로 바꾸어보면 우리는 여전히 쉽게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익숙해서 놓치고 있지만 강이 언제 얼고 녹는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강이 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강의 본질인 물의 특성을 잘기 때문에 강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것이죠.
비트코인이 만약 정말로 돈으로 이루어져 있는 존재라면?
돈의 특성만 잘 이해해도 비트코인이 어떻게 가격이 형성되고 사이클을 그리는지 본격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됩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 말장난 같은 이야기를 확장시켜서
비트코인이 정말로! 돈으로 이루어져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