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비트코인을 이해하려 하지만,
결국 돈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돈은 왜 생겨났을까요?
모든 사람들은 돈을 벌려고 투자를 하고 있고, 우리 구독자님들도 그 투자 대상이 비트코인이었을 뿐 이미 잘 알고 있는 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오신것은 아닐테니 말입니다.
돈은 이제 우리 삶에 너무나 흔하고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라서 역설적으로 우리는 돈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본적이 없습니다. 공기의 존재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에 공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망각하는 것처럼 말이죠.
최초의 돈
돈의 역사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인간이 돈이라는 개념을 탄생시킨 배경에는 분명히 목적이 있었을 것이고, 그 최초의 목적과 너무나 발전해 온 지금의 돈과 어떻게 달라졌을지 알아보면 "돈이 무엇인지?" 이해하는데 조금은 더 도움이 될겁니다.
우리는 수많은 도시국가들이 즐비하던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문명 시절로 올라가봅시다.

지금의 이라크와 사우디 아라비아가 존재하던 아라비아 반도와 페르시아만 접경지역에는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을 젖줄로 해서 수많은 도시국가들이 탄생과 멸망을 반복한 인류 문명의 베타테스트 지역과도 같은 곳입니다.
이 수메르 문명은 수많은 기록들이 점토에 세겨져있고 건조하고 더운 기후 특성 상 점토들이 거의 석판처럼 오래 보존되어 있고 문명을 지워버리기 위해 도시에 불을 질러도 점토판은 사라지지 않기에 지금도 당시 찬란하던 문명이 기록으로 남아있는 흥미로운 문명입니다.
이 수메르 문명은 기원전 6000년전에 나타났는데 이것이 얼마나 까마득한 옛날인지 한번 체감하기 위해서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인물이자 현대 문명의 시간기준이 된 사람 예수 탄생을 기준하면 비교해보기 좋습니다.
(참고로 저는 무교입니다.)

서구 시간 기준으로 예수는 2천년전 사람입니다.
정확히는 2025년 전 사건인것이죠.
그 기원전 0년부터 오늘까지 고작 2000년 정도 흘렀을 뿐인데, 그 옛날인 예수탄생시점에서 보아도 수메르 문명은 그 2천년이란 세월을 3번을 반복해야하는 엄청난 역사인 것 입니다.
이 찬란하고 유구했던 수메르 문명이 남긴 점토의 기록에는 어떤 역사들이 기록되어 있을까요?
수메르 왕명록으로 불리는 수메르 왕들의 이야기,
요즘 것들은..으로 시작하는 당시 수메르 MZ 세대들을 비판하는 논평,
완벽한 수메르 맥주를 만드는 방법이 적힌 요리 레시피.
그리고 빌려준 돈과 받아야하는 돈을 빼곡히 적힌 돈과 토지매매 장부들.
인간이 살아가는데 너무나 중요한 돈에 대한 내용들도 빼곡히 적혀있습니다.
즉, 인간은 8천년 전의 그 옛날에도 돈이라는 개념을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었고 돈은 이렇게 인간 사회의 복잡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돈의 존재는 필수적인 것입니다.
그 옛날 수메르의 돈이 지금과 같은 지폐였을까요?
아니면 까마득한 옛날이니 조개껍데기 같은 것이었을까요?
바로 보리를 돈으로 보고 주고 받았습니다.
그 후 보리 다발을 뜻하는 세켈(shekel)이 화폐의 단위가 되었고, 우리가 잘아는 솔로몬 왕이 등장하는 바빌론 시대에 이르면 은(silver)가 주요 화폐가 되었습니다.

이미 그 시절 은의 대출 연이율이 20% 예금, 이체, 대출, 계약, 양도, 유언, 약속어음 등 현재 사용하는 금융 개념이 이 당시에 이미 등장하였고 수천년 동안 사람들을 잘 사용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수메르 사람들이 바라보아도 까마득한 옛날이었을 터키 남부의 괴베클리 테페 문명을(1만 2천년전..) 이룩한 사람들에게 과연 돈이라는 개념이 없었을까요?
결국, "최초의 돈"이 무엇이었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습니다.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등장 이전에도 이미 상당한 지적능력과 추론이 가능한 인류의 사촌들도 수십만년을 기록되지 못한 그들만의 스토리들을 만들었을 것 입니다.
비록 지금은 모두 사라졌지만 그들은 분명히 이 세상에 존재했습니다.
즉, 최초의 돈은
"너의 것을 갖고 싶다. 나도 좋은 것을 갖고 있다."
"이걸로 바꿀래?"
라는 마음이 생명체에게 최초로 등장했을 때.
비록 이러한 시도에 대한 정의 자체는 물물교환에 가까울 수도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보면,
"그 마음과 의도 자체가 최초의 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입니다.

돈은 형태가 없다.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돌잡이를 합니다. 그 작은 손에 쥐어진 물건하나에 기대에 찬 엄마 아빠는 수많은 의미를 부여합니다.
마치 돈을 쥐고 태어난 이 아이가 앞으로 워렌버핏처럼 부자가 되리라는 법이라도 있는 것처럼 돈과 연필, 실뭉치 등의 각각의 의미를 담아 아기의 미래를 축복합니다.
인간은 상상할 수 있고,
상상한 대상을 실제하는 것처럼 믿고 느끼는 추상화 능력이 있고,
머리속에 추상화된 것들을 대화로 공유할 수 있는 대화능력이 있고,
전달받은 정보들로 공감하고 적대할 수 있는 판단과 감정이라는 능력이 있습니다.
인간은 필요한 것을 교환하기 위한 수단을 상상했고,
상상한 것을 머리속에서 돈이라는 개념으로 추상화 시켰고,
추상화 시킨 돈이라는 개념을 대화로 공유했고,
필요성에 공감한 다른 인간과 합의라는 결정을 통해 돈이 탄생했습니다.
즉, 돈은 인간이 만든 추론의 결과로 많은 사람들이 합의한 교환 수단입니다.

합의가 원할하게 이루어진다면?
이것이 꼭 금이나 은일 필요도 없고,
이것이 꼭 지폐일 필요도 없으며,
심지어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고시공부를 하는 남자의 미래는 결정된것이 없지만 가족들은 희생이란 형태로 투자하고,
아기가 건강하게만 자라나길 기원하며 부모는 무한한 사랑이란 형태로 기꺼이 투자합니다.
돈은 달러, 원화, 엔화, 금, 아파트, 원유, 무기, 땅, 기술, 마음, 믿음, 기대, 희생입니다.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거나 부모와 자식간에만 성립되는 사랑처럼 조금 더 보편적이지 않은 돈이냐 아니냐가 문제인 것이죠.
부모가 나에게 주는 사랑보다는 내가 가진 기술이 남들에게는 조금 더 나은 합의를 일으킬 수 있고, 내가 가진 기술보다는 영원히 존재할 내 땅이 합의를 일으키기 수월하며, 누가 언제 필요할 지 알 수 없는 내 땅보다는 언제든 전세계 사람들과 바로 교환할 수 있는 달러가 좋은 합의의 수단일 뿐인 것입니다.

돈은 인간이 서로간의 합의점을 맞춰가는 마음과 관점 그 자체인 것이죠.
비트코인은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합의난이도가 낮은 달러를 이용해서 그 가치가 표현되고 있으며, 2025년 3월 16일 현재 비트코인 1개 당 84300달러라는 합의점으로 서로 교환되고 있는 중 입니다.
비트코인을 사고자 하는 사람과 팔고자 하는 사람의 합의점,
그리고 비트코인을 만들어내고 있는 사람과 위 두사람들간의 합의점 도출이 1개당 84300달러라는 가치로 평가받고 있는 것 그 뿐입니다.
우리는 비트코인이 1개에 8만달러가 넘는 엄청난 가격을 형성하는 것 그 사실 자체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합니다.
"왜 비트코인은 1개에 8만달러, 1억이 넘을까?" 가 아니라
"8만달러, 1억이라는 숫자는 과연 어떤 가치를 갖는 숫자들일까?" 가 중요한 것이죠.
애초에 1달러라는 명목화폐(숫자의 크기가 표기된 돈)가 가지는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
돈을 평가하는 진짜 가치라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는 것인지,
무엇으로 1달러라는 숫자가 결정되는지,
왜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자꾸 1달러의 가치는 계속 하락하는지,
그렇다면 비트코인을 표시하는 이 달러라는 숫자의 의미는 무엇인지.
이 질문이 선행되어야
왜 현재 비트코인 이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는지(합의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추상적인 돈의 개념이 아닌 돈(화폐)이 가진 재미있는 특성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